Untitled[중간]


봄볕향기가 날것만 같았다.
연푸른 풀잎사이로 눈시린 빛이 어려있었고, 조용한 바람이 일 것 같은 바깥의 경계로

작은 창문 하나.....

작은 창문 하나로서 겨우 바깥과 연결된 듯한 하얀 방이 있다.



무척 수척해진 현아가 자신의 앞을 응시했다.
바깥은 저리도 눈부시건만, 그녀의 고개그림자는 흐린파랑이다.


"사실이야.."
"어째서 그걸 알면서도 너는..."

마른입술사이로 한숨같은 웃음이 훅하고 비져나온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애초에 알고있었던 사실이야. 적월."


평화로워만 보이던 봄햇살에 숨이 막힌다.

"그러나 나는 오로지 하나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녀는 허공을 응시하던 고개를 돌려 이윽고 현우를 향해 맑은 눈동자를 빛냈다.


"그 아이를 구해야 돼.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짓이든 하니까."


고요하게, 무언가가 그녀의 눈에서 일렁였다.
그것을 위해, 그녀는 현우를 이용했다.
오로지 그것을 위해.

잔잔한 현우의 가슴속에 파문이 인다.
그녀의 순수한 모정애와 헌신성에 치가 떨린다.

하지만 그토록 아름답다.
봄볕만큼이나 눈부시고 숨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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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속는 척을 했다고?"
"말도 안돼"


믿지 않는다 해도 소용없으리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알고 있던 대로 현우는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
현아에게 지켜졌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현아가 단지 자신의 아이때문에 나를 지켰다는 것에, 내가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하지?"


두사람의 표정에 한가지 감정이 스쳤다.
저런 얼굴로는 거짓말도 못하지, 영악한 남자는 이렇게 생각해버리고 즐거워 했다.

"잘못알고 있어. 나는 현아를 전혀 미워하지 않아."


진하의 표정은 당황했다기보다 곤혹스럽다는 쪽에 가까워보였다.

"어째서? 그녀는 너를 위해 너를 지킨게 아니잖아?"
"확실히 그랬지."
"그런데도 그녀가 밉지 않다고? 그렇다면 진하는 도대체 왜 찾은거지?"
"그것이 그녀가 의도한 것이니까."

감흥없다는 표정으로 현우가 글을 읽듯 읊었다.

"내가 유하를 지킬 수 밖에 없게 되버린게 그녀가 의도한 것니까."


'유하'라는 호명에 진하의 얼굴이 더욱 굳는다.
그래,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을 찾은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유는 하나다.
그녀가 의도한 대로 되버린 것.


하지만... 어째서---?
 

현우는 또다시 슬쩍 웃었다. 진하를 처음으로 보았던 때가 아렷이 떠올랐다. 풋풋한 상아색이 느껴지는 바랜 기억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큰한 소독약냄새가 떠오른다.
병원은 공기가 불쾌해 좋아하지 않았지만, 거의 살다시피 했었다.

현아를 보기 위해, 그리고...


"내가 그녀를 무척 따랐으리라 생각하나? 아니면 연심을 품었으리라 생각해?"


유라의 표정이 현우의 말이 끝나는 순간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렇다.
애초부터 저남자,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을리 없었던 것이다.
아니, 애초부터 그녀가 그의 곁에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있었을 리 없다.

철저히 개인적인 남자.

그런 남자가 그녀를 위해 병동에 살다시피 했다.
그것도 그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있었다.

현아의 의도가 '아이'를 지키는 것이었다면,
저남자의 의도는 무엇--??


"또 한 가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려줄게."


더 놀라야 하나. 유라는 이제 헛바람이 빠져나가버리는 것 같다.

"그녀가 의도한 것은 내가 '그녀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혹은, '그녀에게 향한 정때문에' 유하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악한 여자니까."
"그, 그럼 대체 어떻게 네가 진하를 지키게 한단 말이야?"


이기적인 남자가 키득키득 웃는다.
그때만큼이나 눈부신 햇살이, 그때와는 다르지만 비교적 비슷한 공기를 품고있는 하얀 방안을 가득 메운다.



"그녀가 의도한 것은, 내가 그 아이에게 반하는 것이었어."



그리고, 그녀의 계획은 딱 맞아떨어졌지.

by 카론 | 2007/09/12 23:02 | 트랙백 | 덧글(0)

훗;

이미 금발이 된 머리칼이 여린 어깨에 흐트러져 있었다.
겨우겨우 몸을 가리고 있는 천조각은 되려 그녀를 더욱 초라하게 보이게 한다.

극적인 발걸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선 선배가, 그녀의 어깨를 거세게 껴안았다.
보기에 참 민망하다 느끼는 동시에 답답하고 부끄러운 감정이 순간 일었다.

선배의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다.
제국에서 만난 여인일까?

평소와는 다른 선배의 모습에 조금은 멀어진 느낌이 든다.
그는 그녀를 놓을 생각을 하질 않았다.

표정없던 그녀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퍼졌다.
베시시 웃으며 조용히 입을 뗀다.

"형..."


"으에엑?!!"

by 카론 | 2007/09/02 01:09 | 트랙백 | 덧글(0)

카이룬 학원기-비하인드

"꺼져 이 마녀!"
"넌 학원을 다닐 자격이 없잖아!"

조그마한 돌멩이들이 테라스 바깥에서 날아왔다.

아리스는 늘 그렇듯, 팔로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그들은 약자를 괴롭힘으로써 스트레스를 풀어오는 것이리라.
어차피 만족할때까지 던지다가 결국 그들은 돌아 갈것이다. 붉은 눈망울은 물기조차 머금지 않았다.

톡, 톡.

작은 손에 들려 던져지는 돌멩이들은 정확도가 꽤 낮아,
테라스의 난간이나 아리스를 벗어난 기둥을 맞기가 일쑤였지만

워낙에 쉴새없이 던져대는 저 작은 돌멩이는 이따금 아리스를 맞추어 그녀의 여린 피부를 상하게 했다.


탁-.

이번에 돌멩이는 커다란 손에 자연스럽게 캐치되었다.
아리스는 더이상 던져지지 않는 돌멩이에 의문을 느끼며 문득 팔을 풀고 고개를 들었다.

한손으로 난간을 잡고 한손으로는 여유롭게 돌멩이를 받아낸 손을 치우지 않은 채,
어느새 나타난 론이 작은 악동들을 바라보고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린 시선을 테라스바깥의 자그마한 아이들에게 두고
론이 바람처럼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미안하지만 이 학원을 다니는데에는 자격같은건 없단다."

by 카론 | 2007/09/02 00:5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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