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9월 12일
Untitled[중간]
봄볕향기가 날것만 같았다.
연푸른 풀잎사이로 눈시린 빛이 어려있었고, 조용한 바람이 일 것 같은 바깥의 경계로
작은 창문 하나.....
작은 창문 하나로서 겨우 바깥과 연결된 듯한 하얀 방이 있다.
무척 수척해진 현아가 자신의 앞을 응시했다.
바깥은 저리도 눈부시건만, 그녀의 고개그림자는 흐린파랑이다.
"사실이야.."
"어째서 그걸 알면서도 너는..."
마른입술사이로 한숨같은 웃음이 훅하고 비져나온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애초에 알고있었던 사실이야. 적월."
평화로워만 보이던 봄햇살에 숨이 막힌다.
"그러나 나는 오로지 하나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녀는 허공을 응시하던 고개를 돌려 이윽고 현우를 향해 맑은 눈동자를 빛냈다.
"그 아이를 구해야 돼.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짓이든 하니까."
고요하게, 무언가가 그녀의 눈에서 일렁였다.
그것을 위해, 그녀는 현우를 이용했다.
오로지 그것을 위해.
잔잔한 현우의 가슴속에 파문이 인다.
그녀의 순수한 모정애와 헌신성에 치가 떨린다.
하지만 그토록 아름답다.
봄볕만큼이나 눈부시고 숨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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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속는 척을 했다고?"
"말도 안돼"
믿지 않는다 해도 소용없으리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알고 있던 대로 현우는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
현아에게 지켜졌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현아가 단지 자신의 아이때문에 나를 지켰다는 것에, 내가 배신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하지?"
두사람의 표정에 한가지 감정이 스쳤다.
저런 얼굴로는 거짓말도 못하지, 영악한 남자는 이렇게 생각해버리고 즐거워 했다.
"잘못알고 있어. 나는 현아를 전혀 미워하지 않아."
진하의 표정은 당황했다기보다 곤혹스럽다는 쪽에 가까워보였다.
"어째서? 그녀는 너를 위해 너를 지킨게 아니잖아?"
"확실히 그랬지."
"그런데도 그녀가 밉지 않다고? 그렇다면 진하는 도대체 왜 찾은거지?"
"그것이 그녀가 의도한 것이니까."
감흥없다는 표정으로 현우가 글을 읽듯 읊었다.
"내가 유하를 지킬 수 밖에 없게 되버린게 그녀가 의도한 것니까."
'유하'라는 호명에 진하의 얼굴이 더욱 굳는다.
그래,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을 찾은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유는 하나다.
그녀가 의도한 대로 되버린 것.
하지만... 어째서---?
현우는 또다시 슬쩍 웃었다. 진하를 처음으로 보았던 때가 아렷이 떠올랐다. 풋풋한 상아색이 느껴지는 바랜 기억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큰한 소독약냄새가 떠오른다.
병원은 공기가 불쾌해 좋아하지 않았지만, 거의 살다시피 했었다.
현아를 보기 위해, 그리고...
"내가 그녀를 무척 따랐으리라 생각하나? 아니면 연심을 품었으리라 생각해?"
유라의 표정이 현우의 말이 끝나는 순간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렇다.
애초부터 저남자,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을리 없었던 것이다.
아니, 애초부터 그녀가 그의 곁에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있었을 리 없다.
철저히 개인적인 남자.
그런 남자가 그녀를 위해 병동에 살다시피 했다.
그것도 그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있었다.
현아의 의도가 '아이'를 지키는 것이었다면,
저남자의 의도는 무엇--??
"또 한 가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려줄게."
더 놀라야 하나. 유라는 이제 헛바람이 빠져나가버리는 것 같다.
"그녀가 의도한 것은 내가 '그녀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혹은, '그녀에게 향한 정때문에' 유하를 지키는 것이 아니었어.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악한 여자니까."
"그, 그럼 대체 어떻게 네가 진하를 지키게 한단 말이야?"
이기적인 남자가 키득키득 웃는다.
그때만큼이나 눈부신 햇살이, 그때와는 다르지만 비교적 비슷한 공기를 품고있는 하얀 방안을 가득 메운다.
"그녀가 의도한 것은, 내가 그 아이에게 반하는 것이었어."
그리고, 그녀의 계획은 딱 맞아떨어졌지.
# by | 2007/09/12 23:02 | 트랙백 | 덧글(0)



